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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의 형성 과정
이렇듯 보편적인 선이 종파적인 선으로 바뀐 것은 중국에 이르러서였습니다. 선종(禪宗)이 탄생된 것은 당나라
말기에 와서인데, 이때의 선은 이미 '드야나'의 역어(譯語)로서가 아니라, 중국적인 사상이 진하게 밴 나머지
새로운 중국말의 뜻을 지닌 '선(禪)'으로 탈을 바꿉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선이라 하면 곧 좌선(坐禪)을 연상하게
되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 때문입니다. 좌선은 선에 참(參)하는, 즉 사유수(思惟修)의 여러 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지 선의 동의어(同義語)가 아닙니다.

그리고 선종이 옛날 집권적 통일국가의 붕괴과정에서 출현했다는 점은 선종의 성격을 형성하는 데에 결정적인
매듭이 될 것입니다. 정치적인 혼란기에 이루어진 선종은 왕조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이나 장원(莊園)의 혜택은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안정된 생활기반을 가질 수 없던 그들은 자연 편력자적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어 선종은
삼조(三祖) 승찬(僧璨)의 시대(?∼606)까지도 특정한 사원을 갖지 못했습니다. 선승들은 주로 율원(律院)에 붙어
살면서 편력자로서 탁발(托鉢)에 의해 생활을 꾸려 나갔습니다.

이와 같은 편력자들은 일반 민중과 접촉이 활발하게 됩니다. 외래종교가 대중화된다는 것은 곧 민족적으로
이해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선은 점차 민족적 사유(思惟)와 밀착하게 되었고 후기에 이르러 불교의 다른 종파는
중국에서 그 존재가 희미해지고 말지만, 이 선종만은 민족의 종교로서 일반화되어 사회 각층에 스며들게 됩니다.

왕실이나 부호로부터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신(單身)인 수행자들은 번거롭고
따분한 교학(敎學)의 연구에 손댈 생각이나 여유가 없습니다. 종교 그 자체의 도그마에서조차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산(廬山)의 혜원(慧遠:334∼416)이나 삼론종(三論宗)의 길장
(吉藏:549∼623)이 방대한 저술을 남겼던 같은 시대에 선종에서는 이렇다 할만한 저술이 없고 단지 시(詩)나
짤막한 글을 남겼을 뿐입니다. 따라서 과거의 교학체계로부터 단절이 되는데 이를 '불립문자(不立文字)'라
했습니다. 뒤에 와서는 선종처럼 전적(典籍)이 많은 종파가 없는 데도 그 체계만은 한결같이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진리를 직관에 의해 파악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좌선(坐禪)이 강조됩니다. 즉 진리는 문자 밖에
있는 것이므로〔敎外別傳〕직접 자신의 본성(本性)인 마음을 꿰뚫어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直指人心 見性成佛〕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뜻을 지닌 수행자들이 늘어감에 따라 그들은 마을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공동생활을 하게 됩니다.
운수행각(雲水行脚)의 편력자적 생활에서 집단적으로 정착하게 된 것은 사조(四祖) 도신(道信:580∼651)의
때에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전처럼 걸식행각(乞食行脚)을 할 수 없게 되자 자급자족의 생활을 찾게
됩니다. 그들은 몸소 밭을 갈고 나무를 베어 집을 세웠습니다. 여기에서 선승들은 생산에 종사하고 노동을
신성시하기에 이르러 노동시간에 법담을 주고받는 등 노동과 참선을 동일시했습니다. 이러한 공동생활이
이루어지자 교단의 새로운 생활규범이 필요했습니다. 이 생활규범을 '청규(淸規)'라 불렀습니다. 이것은
백장회해(百丈懷海:720∼814)가 처음으로 조직, 여기에서 교단으로서의 선종이 형성된 것입니다.

선의 개념이나 그 사상이 아무리 중국적인 것으로 변용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 근원은 역시 교조 불타(佛陀)의
가르침인 선정(禪定)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좌선삼매경(坐禪三昧經)〉, 〈달마다라선경(達摩多羅禪經)〉등
이른바, 소승불교의 여러 선경(禪經)을 비롯하여, 〈반주삼매경(般舟三昧經)〉,〈반야경〉,〈화엄경〉,〈능가경〉,
〈유마경〉등 수많은 대승경전에서도 한결같이 선정을 강조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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