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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3년 계묘년 하안거 해제법어
글쓴이 송광사 등록일 2023-08-30
첨부파일 조회수 2276

 

다리는 물길이든 땅길이든 양분(兩分)되어 있는 그대로 하나가 되도록 이어주는 방

 

편의 가운데 길이다. 이쪽과 저쪽으로 갈라지거나 나누어진 것을 연결하면서도,

 

사이의 흐름을 막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하나가 되도록 허공에 걸쳐 통하게 하는 다

 

리는 곧 공로(空路)이며 중도(中道)이다.

 

이 중도는 바로 진제와 속제, 불변과 수연, 피안과 차안, 체와 용, 성과 상 등의 모든

 

분별을 통일하여 간극을 없애주며 세상의 어디에나 통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것을

 

서로 융화시키는 것이다.

 

화엄경 정행품에는 다음과 같이 설한다.

 

강물을 바라볼 때는 중생들이 진리의 흐름을 따라 부처님의 지혜 바다에 들어가도

 

록 원할지어다.

 

산골짜기의 물을 볼 때는 중생들이 먼지와 때를 씻고 맑은 마음이 되도록 원할지어

 

.

 

다리를 건너갈 때는 중생들이 누구나 나와 남을 피안[彼岸]으로 건네주는 다리처럼

 

되기를 원할지어다.”

 

수행하는 보살은 하나하나의 사물을 대하면서 모두에게 무연의 자비심을 내도록

 

발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을 가로 질러 건널 적에 얕은 물은 간단히 징검다리를 놓아 건너기도 하지만 깊

 

은 물은 다리를 놓아야 한다.

 

다리는 지형따라 그 방법이나 모양이 각양각색이니, 다리마다 사연이 있고 그 이름

 

도 다양하다.

 

다릿발을 물 속에 꽂아 만든 꽂다리 즉 삽교(揷橋), 널빤지로 만든 판교(板橋), 뗏목

 

을 만들어 걸친 뗏다리 즉 벌교(筏橋), 배를 잇달아 대어 이은 배다리 즉 선교(

 

), 큰 통나무 하나 걸친 외나무 다리 즉 독목교(獨木橋), 흙으로 덮어 만든 토교

 

(土橋), 쇠로 만든 철교(鐵橋), 돌로 만든 석교(石橋), 무지개 모양의 홍교(虹橋)

 

심지어는 까막 까치가 만들었다는 오작교(烏鵲橋)나 충절을 지켜 대가 솟아났다는

 

선죽교(善竹橋) 등등 다리마다 갖가지 설화가 있게 마련이며 그 다리가 그 지역의

 

지명이나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요즘은 강이 아닌 육지의 찻길 위에다 그 흐름

 

을 끊지 않도록 육교(陸橋)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사찰을 참배하러 갈 적에도 입구에서 많은 다리를 건너게 된다. 예전부터

 

중국 사원에 이름난 세 곳의 돌다리(三石橋)가 있었는데, 천태산(天台山)의 계곡 위

 

에 천연적으로 걸쳐있는 천태 석교와 구운몽 소설에도 등장하는 남악(南岳)의 석

 

, 그리고 조주(趙州)선사가 주석하던 관음원 부근의 조주 석교였다.

 

옛날 중국의 조주선사는 소박한 삶을 살면서 교화를 할 때도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

 

든 할이나 몽둥이 같은 고준한 수단을 쓰지 않고, 일상생활의 자상하고 평범한 보

 

통의 대화로 친절하게 제접하였다.

 

조주스님의 법문은 은산철벽을 향해 울리는 부드럽고 평범하게 메아리치는 말씀으

 

로 마치 봄바람이 불어 천 길 벼랑에 붙어있는 꽃들을 모두 피워내는 그런 부사의

 

한 힘이 있다.

 

나름 공부깨나 했다는 어떤 선객이 조주선사를 찾아가서 말하기를 오래 전부터 조

 

주의 돌다리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더니만, 와서보니 그저 외나무 다리<略彴>만 보

 

입니다.” 하고 질박한 그의 가풍을 집적거렸다.

 

선기(禪機)가 날카로운 노고추(老古錐)인 조주선사는 어깨나 목에 힘주지 않고 그

 

저 지나가는 농담처럼 부드럽게 되받아 돌려준다. “자네는 외나무다리만 보고 돌다

 

리는 보지 못했구나.” 하였다.

 

강기로 밀고 들어오던 그 선객은 금방 백기를 들고 공손해지며 어떤 것이 그 돌다

 

리입니까?” 하였다.

 

조주선사는 흐르는 물처럼 막힘없이 말하기를 나귀도 건너고 말도 건넌다.” 하였

 

.

 

그 스님이 다시 묻기를 어떤 것이 외나무다리입니까?” 하니, 조주선사는 사람이

 

하나씩 건너가니라.<箇箇度人>” 하였다.

 

누구나 건너가는 평등의 차별이며, 차별의 평등인 자비의 방편인 이 조주의 석교

 

이야기는 스스로 조주의 돌다리가 되어야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조계산 송광사의 골짜기에도 아름다운 전각의 지붕이 있는 무지개 돌다리인

 

극락교와 능허교가 있고, 수석정 가는 길에는 외돌다리<略彴>가 있다.

 

그리고 낙하담(落霞潭) 가에 지난 백년 동안 송광사와 애환을 같이 하며 많은 사람

 

들이 건너다니고 불사를 위해 온갖 것을 실어나르던 오래된 낡은 다리가 있었다.

 

지난 봄에 그 다리를 헐어내어 새롭게 튼실한 둑을 만들어 조계수가 멈추는 낙하담

 

을 약간 높이고, 무너미하는 둑위에 다리길을 만들고 보통교(普通橋)라고 이름하였

 

.

 

이 보통은 시방삼세에 두루 통한다는 뜻이다. 모든 길은 장안으로 통한다고 했다.

 

보통교는 이 세상 누구라도 어디라도 두루 널리 유통(流通)하는 다리이니, 사람도

 

건너고 나귀도 건너고 말도 건너고 산짐승도 건너고 차도 건너며 때로는 여럿이 때

 

로는 하나씩 건너간다.

 

낙하담은 조계수가 멈추어 거울처럼 맑으니, 아침 저녁의 노을과 사시절의 아름다

 

운 산경이 비치며 고요한 삼매 속의 절경을 이룬다.

 

 

橋流水不流 다리는 흐르고 조계수는 안 흐르니

 

霞潭開眼睛 낙하담은 맑아서 눈동자를 열었는데

 

淸風與明月 맑은 바람 불어오고 밝은 달이 비추지만

 

去來不留情 오고 가는 그 정취를 남기지 않는구나.

 

 

오늘 해제를 하고 산문을 나서는 대중들은 이 보통교를 건너 동서남북 어디든지 인

 

연따라 흘러가는 조계수처럼 걸림없이 만행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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