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 지구의 이상기온으로 온도가 올라간 해수와 함께 그 습기가 무역풍에
밀려와 서태평양 쪽의 해수 온도가 올라가고, 밀려온 그 습기는 열대에서 북
쪽으로 팽창하여 올라오는 긴 여정을 거쳐 한반도에 많은 장마비가 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 빗방울은 방울방울마다 나비효과처럼 뭇 인연의 흐름을
지나 여기에 온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름은 우리 대중들도 온 산천에 무수히
쏟아지는 빗방울을 바라보고 처마끝의 낙숫물 소리를 들으면서 안거를 보내
게 되었다.
송광사 제2세 진각국사께서 밤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대중들에게 다
음과 같이 법문을 설하시었다.
無端漏洩天機 까닭없이 천기를 누설하면서
滴滴聲聲可愛 빗방울은 소리마다 다정도 하네.
坐臥聞似不聞 앉고 누워 들으면서 듣지 않는 듯
不與根塵作對 그 소리는 귀를 대고 듣지 말아라.
하늘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빗방울 소리들이 하늘과 대자연의 기밀을 누설하
니, 그 소리는 앉아서나 누워서나 들을 적에 귀<根>와 소리<塵>를 상대(相
對)하지 않고 들어야 한다. 들어도 듣지 않고 듣지 않듯이 들으라는 것이다.
듣고 있는 나와 들리는 물소리가 둘이 아닌 관음보살의 원통(圓通)경계인 것
이다.
보조국사의 수심결에는 다음과 같이 소리를 들으면서 수행하는 방법을 소개
하고 있다.
“진리에 들어가는 길은 많지만 그대에게 한 방편으로 그대의 근원으로 돌아
가게 하리라. 그대는 저 까마귀 울고 까치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있는가?”
“예 듣습니다.”
“그대는 저 소리를 듣고 있는 그 성품을 돌이켜 들어 보아라. 거기에 많은 소
리가 있는가?”
“거기에는 일체의 소리와 일체의 분별도 없습니다.”
“기특하고 기특하구나. 이것이 바로 관음(觀音)보살이 진리에 들어간 문이다.
내가 다시 그대에게 묻는다. 그대는 거기에 일체의 소리나 일체의 분별이 없
다고 하는데, 이미 아무 것도 없다면 허공과 같은 것인가?”
“원래 공하지도 않으며 밝고 밝아 어둡지도 않습니다.”
“그러면 어떤 것이 공하지 않은 바탕인가?”
“형상이 없으므로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모든 부처님과 조사들의 생명이니 다시는 의심하지 말라.”
경청(鏡淸: 868~937)선사는 총림에 들어와 살면서 공부해 나갈 실마리를 찾
지 못하다가 현사(玄沙: 835~908)스님 찾아가서 묻기를 "제가 수행하려고
총림에 들어왔으나 아직 공부할 방법을 제대로 모르겠습니다. 선사께서는 자
비를 베푸시어 도에 들어가는 길을 지시해 주십시오." 하니, 현사선사가 말씀
하시기를 "그대는 지금 개울물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는가?”하였다. 경청이
“예, 들립니다.” 하니, 현사선사는 "거기로 들어가라."고 하므로, 경청은 그 말
에 깨달음을 얻었다.
경청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문 밖에 무슨 소리가 나느냐?"
"빗방울 소리입니다."
"중생이 전도되어 자기를 미혹하고 바깥 사물을 따라가는구나."
"스님께서는 어찌 하십니까?"
"자기를 미혹하지는 않느니라."<洎不迷己>
"자기를 미혹하지 않는다는 뜻이 무엇입니까?"
"몸이 나오는 것은 쉽지만, 몸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말하기 어렵다."<出身猶
可易。脫體道應難>。
陰天橫風驟黑雲 흐린 하늘 바람치며 검은 구름 몰고와서
南山北山傾霖雨 남산이나 북산에 장마비가 쏟아진다.
滴滴盡落非別處 방울방울 떨어져도 다른 곳이 아니오
聲聲合流打靈鼓 소리소리 모여 흘러 영고를 두드린다.
영고(靈鼓)는 지신(地神)에게 제사할 때 두드리는 육면체의 북인데,
바로 육근 육진을 갖춘 우리 영혼의 북이다.
문밖의 저 빗방울 소리는 그만두고 이 주장자 소리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잘 살필지어다.
<주장자를 한번 내리치고......> 자리에서 내려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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