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에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연잎 수확
지난 8월 17일 농막, 영선반 처사들을 중심으로 10여 명이 울력에 참여해 외송마을과 산문 사이에 있는 연밭 세 마지기에서 연잎을 수확했다. 긴 가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이 사람 키를 훌쩍 넘게 자라는 바람에 잎을 따는 데 애를 먹었지만 모처럼 여럿이 함께하는 시간이라 걸쭉한 농담들이 오가는 유쾌한 분위기였다. 뙤약볕을 가려주는 구름 때문에 예년보다는 훨씬 수월하다고 다들 입을 모았지만 진흙탕을 오가는 처사들의 턱 밑으로 굵은 땀방울이 떨어졌다.
이날 수확량은 약 2톤. 생 연잎은 따자마자 주암면에 있는 ‘세명제다’로 옮겨 연잎차로 가공한다. 절단, 세척, 건조, 숙성, 덖기 과정을 거쳐 차로 만들면 100킬로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연잎을 수확한 밭에서는 내년 초봄에 연근을 캔다. 꽃과 잎과 뿌리로 우리를 즐겁게 하는 연꽃이 불교를 상징한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에 닿는다.
“도를 즐겨 방일하지 않으며 항상 스스로 마음을 지켜 어려운 곳에서 자기를 구제하라. 흙탕에 피어 있는 연꽃처럼.”(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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